아픈 곳이 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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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오피니언에서 구정은 씨는 ("떠나 보낸 사람들" 구정은 2014.12.5)
박노해 시인의 "나 거기 서있다"라는 시를 인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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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중심은 심장이 아니다.
몸이 아플때 아픈곳이 중심이 된다
가족의 중심은 아빠가 아니다
아픈 사람이 가족의 중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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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시인의 이 시를 인용하며
'내 몸과 가족 뿐 아니라 사회와 세계도 마찬가지로
아픈 곳이 중심이고, 그 아픔의 핵심에 죽음이 있다.'고 말한다.
정말 정확한 시어와 올바른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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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고통 중에 있는 사람들을 관찰해 보면
통증있는 곳이 몸의 중심이고 머리는 온통 그곳 만을 생각하여
그곳의 신체 인식비율은 고통의 증가에 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인체의 다른 조직과 기관들은 온통 그 아픈 부위를 달래고 보호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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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가 겪는 가장 아픈 통증 순위 중 두 번째라는 치통을 경험해본 사람들은
치통이 시작되면 다른 여타 작은 통증들은 어느덧 사라지고
손발, 턱, 어깨 근육 등은 온통 치통을 달래기 위해 노력한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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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중심이고
중심이니까 비명을 지를 권리가 있다.
그리고 다른 지체들은 이를 떠 받들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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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그리스도를 머리로 삼는 몸 이라고들 한다.
머리 되신 그리스도의 뜻에 따라 몸이 움직이다가
몸의 한 부분이 아파하면 모든 동작을 멈추듯이
아파하는 교회의 지체가 있다면
머리이신 그리스도는 그 부분을 몸의 중심으로,
나아가 몸의 전부로 인식하실 것이다.
교회 공동체에서 가장 아파하는 곳에 그리스도의 관심이 머무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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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는 멈추고 상처를 쓰다듬고 닦아주고 보호하라 하는데
다른 지체들이 무시하고 하던 일을 계속 한다면
그 상처는 결국 곪아 터져 이웃 장기들에 손상을 일으키고
나아가 목숨을 위태롭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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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만큼 공동체 정신을 잘 표현해주는 기관도 없을 것 같다.
저작과 발음과 미적인 세 가지 동일 목적을 위해
32개의 치아들이 제 각각의 기능을 발휘하며 한 기관을 이룬다.
손님을 맞이하고 대화를 이어가며 외교 기능을 담당하는 앞니(전치)와
구강 안에서 해결해야 하는 거의 대부분의 저작 분쇄를 담당하고 음식물을 소화 기관으로 연결 시켜주는 내무를 담당하는 어금니(구치)
어금니를 보좌하며 지방 행정의 일부를 감당하는 작은 어금니(소구치)
이 모든 기능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가이드하며 감시 업무를 담당하는 경찰업무의 송곳니(견치)
이들 모두는 상보적 기능 분담으로 공동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업무를 감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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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치아가 많은데 한 두 개 없어도 되겠지 하여 이를 빼게 된다면
한 치아의 결손은 다른 치아 정립을 위태롭게 하여
결국 쏠림 현상과 기능의 과부하로 서서히 전체 구조가 망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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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들은 서로 말은 못해도
'당신이 존재는 나와 우리의 기쁨이다'라는 공동체 정신을 잘 표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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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공동체는 지금 어떤가?
그의 아픔이 과연 우리의 중심까지는 아니라도
그저 귓가에 스치는 바람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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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