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맺는말
요한계시록은 여러 해석의 역사와 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요한계시록으로 불필요한 논쟁에 빠지지 않으려면 내가 알고 있고 옳다고 믿고 있는 해석이 어느 지점에 속해 있는지를 스스로 따져봐야 합니다. 논쟁하는 상대의 해석 지점은 어디인지 파악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서로의 좌표를 파악해서 어느 좌표에 서 있는지를 알면 논점의 맥을 잡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믿는 해석의 줄기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역사적으로 많은 부침이 있었다는 점을 깨닫게 될 때 서로의 견해를 존중하게 됩니다.
계시록이 종말에 대해 알려 주는 이유는 오늘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해보라는 뜻입니다. 오늘 우리가 속한 현실에서 도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서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하며 살아내라는 뜻입니다. 요한계시록을 삶의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일평생 요한계시록을 연구한 리차드 보컴이라는 신학자는 요한계시록은 어려운 책이 아니고 쉽게 읽을 수 있다고 말하면서 손쉽게 읽는 방법의 하나는 주기도문으로 이해하며 읽는 것이라고 알려 줍니다.
주기도문의 첫 문장을 보면 우리가 구하는 것이 세 가지 있는데 그것은 하나님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는 것과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뜻입니다. 이미 하늘에서 이뤄진 이 세 가지가 이 땅에서도 이뤄지기를 소망하고 기도하라는 것이 주님이 가르쳐준 기도입니다. 요한계시록은 이미 하늘에서 이뤄진 것들이 어떻게 이 땅에서도 편만하게 이뤄지는지에 관한 책입니다.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사람은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거룩하심에 대해 깊이 묵상하며 기도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입니다.
계시록에서 요한은 어떤 환상은 들었다고 하며 어떤 환상은 보았다고 합니다. 환상을 듣고 본다는 것은 독특하고 놀라운 체험입니다. 우리는 누가 어떤 놀라운 체험을 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부러워합니다. 그러나 체험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여 내 삶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천국이 가까우니 어서 회개하라는 예수님의 음성을 듣고도 지나가는 개소리로 들었던 바리새인들도 있지만, 새벽닭 울음 소리를 예수님의 음성으로 듣고 통곡한 베드로도 있습니다. 귀신을 쫒아내시는 예수님의 사역을 보고 사탄의 왕 바알새불이라고 비야냥거린 바리새인들도 있지만 예수님을 능력의 주로 믿고 옷자락을 붙잡고 치유된 혈루병 여인도 있습니다.
계시록의 환상(vision)은 강력합니다. 가히 세계관을 바꿀 힘이 있습니다. 계시록의 환상이 우리를 어디로 이끄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계시록은 우리를 세 곳으로 초대합니다.
첫째로 계시록은 우리를 1세기 역사의 현장으로 초대합니다. 계시록이 쓰인 당시 그 치열하고도 위태로운 상황 속으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당시의 그리스도인 공동체로 우리를 이끌어 그들의 좌절, 공포, 불안 속으로 우리를 밀어 넣습니다.
둘째로 계시록은 우리를 천상과 심판과 종말의 현장으로 초대합니다. 불안에 떠는 초라한 예배 공동체 그 역사의 현장으로 우리를 초대했다면, 다음으로 천상에서 드려지는 장엄한 예배 공동체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보좌에 좌정하신 하나님과 어린 양, 24장로로 상징되는 모든 교회, 천사들과 순교자들, 만물이 창조주와 구세주를 찬양하는 천상공동체로 초대합니다.
이어서 심판의 현장으로 초대합니다. 이 땅의 불순종과 죄악을 심판하시는 현장과 그 가운데서도 교회 공동체를 보호하시는 주의 손길을 보게 합니다. 그리고 종말적 심판의 현장으로 초대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최종적인 승리를 목격하게 합니다.
마침내 예수님의 재림과 새 하늘 새 땅, 만물이 회복되는 진선미의 궁극의 현장으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그곳은 하나님과 우리가 가족 공동체를 이루는 현장입니다.
셋째로 역사로의 초대와 환상으로의 초대를 거쳐 일곱 교회로 대표되는 계시록의 1차 독자와 모든 후대의 성도를 각자의 삶의 현장, 곧 일상으로 초대합니다.
일상으로 우리를 부르기 전에 굳이 역사의 현장과 상징적인 그림 언어로 환상을 거치는 이유는 이 여정에서 힘을 얻고 다시 일상을 살아낼 힘을 내라는 의미입니다
계시록은 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서도 이뤄지기를 갈망하는 성도의 삶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말하려고 하는 책입니다. 요한계시록은 그날을 소망하며 오늘을 그 뜻에 맞게 살아내기를 원하는 성도들이 꼭 읽어야 하고 각자의 삶의 현장에서 살아내야 하는 책입니다.
참고 문헌
1. 고든 피, 성경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성서유니온선교회.
2. 마이클 고먼, 요한계시록 바르게 읽기, 새물결플러스.
3. 그레고리 빌, NIGTC 요한계시록, 새물결플러스.
4. 스캇 맥나이트 & 그랜드 R. 오스본, 현대신약성서연구, 새물결플러스.
5. 브루스 M. 메츠거, 요한계시록의 이해, CLC.
6. J.J. Collins, “Introduction: Towards the Morphology of Genre,” 3. Semia 14 (1979).
7. Mark Wilson, Charts on the Book of Revelation, Kreg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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