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산동의 "진꾸냥" >
존경하고 사랑하는 형님으로부터 귀한 원고를 받았습니다.
성탄 선물로 방금 탈고한 원고를 보내니 교정해달라는 부탁과 함께요.
형님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으시고 그저 베일 뒤에 계시기를 원하시는 분이죠.
베일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섬머셋 모엄의 원작을 영화로 만든 'Painted veil' 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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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중국에 거주하는 서양 부부의 애증을 그린 영화인데 후반부의 배경인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운 지형을 가진 중국 시골에 형님이 사십니다.
페인티드 베일이라는 의미는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기위해 걷어내야 할 장막이나 면사포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이 영화에서는 가식적인 결혼의 이면에서 뒤늦게 발견하는 참 사랑을 그리고 있지요.
우리 인생에서 벗겨야 할 장막이나 수건을 벋어 던지고 나면 인간은 자유자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자유'라는 연결고리 삼아 형님께서 보내온 원고로 말머리를 돌려 봅니다.
원고의 제목은 '중국산동의 "진꾸냥" -김순호 선교사 이야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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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형님은 1990년 중국 대련에서 만난 어느 조선족 할머니와의 대담에 소환된 한국인 여성 전도자를 소개합니다. 시아버지의 권유로 참여한 사경회에서 만난 조선인 여성 전도자는 힘있게 회개를 외쳤고 그 복음의 씨앗이 할머니의 마음 밭에 뿌려졌던 이야기 속에서 형님은 '김순호'선교사를 만납니다. 반갑고 놀랍기만 한 그 이름은 바로 저자의 이모할머님이셨습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선교사인 김순호, 진꾸냥(김처자)의 족적을 따라가며 기록을 찾게 됩니다. 그리고 여러 사람의 기억과 기록속에서 발자취를 발굴하고 정리하여 작은 소책자를 완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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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에 의지하여 김순호 선교사님을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1912년 조선예수교장로회 1회 총회에서 해외선교사 파송을 결의한 이후로 1913년 황해노회로 부터 시초된 중국 산동선교사 파송은 1928년 17회 총회에 여선교사 파송이라는 획기적인 안건이 제기되고 드디어 31년 최초의 여성선교사로 김순호 선교사 파송예배가 드려집니다.
30세의 독신 여성 김순호는 파송뒤 2-3년의 현지어 습득을 마치고 산동사역을 시작합니다.
진꾸냥이라는 별명처럼 특유의 친화력으로 중국 여성의 전도의 문을 열어나가던 김선교사는 중일전쟁이 발발하자 귀국하라는 소환 명령을 받아 잠시 귀국하지만 다시 재정비하여 만주로 사역지를 변경하여 파송됩니다.
능숙한 현지어, 정결한 영성, 메인 바 없는 자유인으로서의 친화력, 뜨거운 구령의 열정이 혼합된 봉사와 섬김은 현지 중국 여성들에게는 마치 천사처럼 보였을 것이라고 저자는 소개합니다.
그러나 1942년 본부는 국제 정세 악화로 만주 사역을 종료하라고 통지하고 김선교사는 직을 사임합니다. 선교사직을 사임한 진꾸냥은 그러나 사역의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오히려 자비량 사역으로 전환하여 사역을 지속합니다.
김선교사는 그 삶의 마감 또한 큰 울림이 있습니다.
해방이후 평양에서 사역하던 김선교사는 월남하자는 권유를 물리치고 한 사람이라도 더 전도하다 죽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오히려 북쪽으로 발걸음 옮겨 신의주 제2교회의 청빙을 받아들입니다.
안타깝게도 1951년 새벽기도 중에 폭도들에 끌려가 세상을 떠납니다. 50세의 안타까운 나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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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형님은 맺는 말에서 김순호 선교사를 '회개자', '자유자', '순교자'라는 세 단어로 그 삶을 요약합니다.
그러면서 저에게 개인 서신으로 혹시나 '자유자'라는 해석이 편견적인 해석이 아닌지 의견을 나눠달라고 했습니다.
이 부탁을 붙잡고 며칠 끙끙거리며 윈고를 다시 읽었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고 글로 처음 소개받은 김순호선교사님의 몇몇 모습을 감히 캐리커쳐처럼 그려본다면 이렇습니다.
검소한 일상 생활, 현지어에 전념한 집중력, 정결을 향한 끊임없는 회개의 기도생활, 사역의 길이 막히자 홀연히 떠나는 자비량 사역,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아낌없이 나누는 손길, 죽음을 불사하고 오히려 험지로 거슬러 올라가는 구령의 열정 등으로 그려집니다.
이 모습들의 뒤편에는 저자이신 형님이 혹시나 편견에 의한 착해(錯解)가 아닌지 우려한다는 말씀에도 불구하고,김선교사님의 족적에서 온전히 아니 차고도 넘치는 자유인의 의식 세계가 감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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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유란 바로, 가족이나 친지나 인연이나 그 어떤 이 땅의 소중한 관계라 해도 주님과 맺은 관계에 우선할 수 없다는 '소속으로 부터 자유'가 첫째이고,
둘째로는 선교사님이 가졌거나 누리는 모든 소유물은 이땅에 속한 것이기에 하늘에 속한 자의 발걸음을 제한하지 못한다는 '소유물로 부터의 자유'이고,
셋째로는 자신의 영을 묶고 제한하는 '죄로부터의 자유'로서, 이를 위해서 선교사님은 부단히 자신을 정결하게 하고 죄의 결과로 응어리진 것들을 가루로 부숴, 고운 가루로 만들어 빚어 주앞에 '소제물(素祭物)이 되고자 하는 다짐하는 모습이 감지됩니다.
선교사님의 삶은 진정 이땅의 것으로 부터는 자유자이지만 주를 향해서는 주께 속한 종의 삶을 사셨습니다.
큰 울림이 있는 얇은 원고를 읽고, 이 귀한 원고가 속히 책으로 이땅에 소개되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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