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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신학

강직함과 유연함의 균형

by kainos 2025. 3. 4.
2024년 12월부터 우리는 비상계엄과 내란 사태의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언론에 보도된 공직자와 군인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떤 공직자는 사표를 내며 항거했고, 어떤 공직자는 자기 직을 걸고 부당 명령을 폭로했으며, 어떤 군인은 적법 절차가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부당한 명령을 따르지 않았고 , 어떤 군인은 자신의 재량권 안에서 지혜롭게 회피했고, 어떤 군인은 명령에 굴복했지만 후회하며 자신의 용기 없음을 눈물로 고백했습니다.
반면 어떤 군인은 모의 사실을 은폐하며 억지를 부렸고, 어떤 공직자는 권력의 향배를 보면서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였습니다.
 
 
올바른 신앙인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처신하는 게 옳았을까요?
신앙을 지키는 행위는 때로 선명하고 단선적일 수도 있고, 상황의 복잡성에 따라서는 다층적일 수도 있습니다.
긴박한 상황 속에서 어떤 선택이 신앙을 지키는 것인지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올바른 선택을 내리기 위해서는 평소에 와스디의 강직함과 에스더의 유연함을 연마하는 신앙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때, 잠시 멈춰 심호흡하면서 이 결정이 미칠 파장을 생각해야 합니다.
먼저는 ‘하나님 앞에서’ 이 판단이 옳은지 살펴보고, 그다음에 ‘이웃과 공동체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결정인지 생각하고, 마지막으로 ‘역사 앞에서’ 후회하지 않을 결정인지 고민하며 내리는 결정은 나쁜 결정을 피할 수 있는 삼중의 안전장치입니다.
 
 
와스디의 원칙에 충실함과 에스더의 세심한 전략은 장점과 함께 각각이 지닌 약점도 있습니다.
와스디의 강직함은 자신의 정결함을 지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선한 영향력을 널리 끼치지 못합니다.
에스더의 유연함은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냈지만, 반복되는 타협 속에서 초심을 잃고 타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늘 자기 점검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는 연약하여 완벽한 결정을 내릴 수 없습니다.
그러나 깊은 성찰을 거쳐 내린 마음의 평안이 이끄는 결정은, 심장과 함께 박동하는 양심의 호소에 귀 기울인 것이어서 하나님 앞에서 그리고 가족과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일상에서 부딪히는 어려운 문제들을 한눈으로는 영원을 바라보고 다른 눈으로는 현실을 바라보며, 단절이나 동화가 아닌 진지함과 세심함으로 제3의 길을 모색해 봅시다.
 
 
계시록은 순종과 불순종 사이에서 바른 선택을 선명하게 제시합니다. 그러나 종말이 아닌 현재의 이 땅은 여전히 악을 상징하는 “바다”가 존재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경제적, 정치적 시스템 속에서 악의 영향력이 작동합니다. 성경이 우리에게 아직 이르지 않은 종말을 알려주는 이유는, 세상의 끝 날에는 순종과 불순종의 단 두 길밖에 없음을 분명히 알고, 우리가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점검해 보라는 뜻입니다.
현실 속에서는 타협점을 찾을 수밖에 없지만 영원을 향해 자기 좌표를 점검하면서, 종말에 도래할 아름다운 세상을 현실의 틈새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선택이 순종과 만물의 회복을 향하는지, 아니면 불순종과 저주의 길을 향하는지 성찰하면서, 지금 이곳 내 영역에서 하나님의 주권이 임하기를 바라며 조금씩 넓혀가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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