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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신학

<의심과 믿음 그리고 tensegrity>

by kainos 2025. 3. 4.
 
믿음에 해가 되는 것은 의심이 아니라, 의심이 조금도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고 바라는 욕심입니다.
우리가 언제나 익숙한 답변을 내놓을 수 없는 것은 묻는 자로 남기 위함입니다.
친숙한 지식이 통하지 않는 것은 깨닫는 자로 남기 위함입니다.
 
그러므로 때로 의심은 믿음만큼 거룩합니다. 의심은 우리를 솔직하게 하고, 깨어있게 합니다.
의심도 믿음도 알지 못하는, 밋밋하고 답답한 상태가 오히려 삶에 해롭습니다.
 
의심은 분명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전혀 의심할 줄 모르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 더 힘듭니다.
스스로를 의심할 줄 모르는 사람은 우물 안의 지식으로 주변 사람들을 불쾌하게 합니다.
아무런 의심이 없는 마음에는 밀어붙이는 힘도, 깊은 지혜로 인도하는 위기도, 불안하게 하는 진실도 깃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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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이 하느님의 메신저가 될 때, 의심은 우리에게서 확신을 거두어 갑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가 꼭 들어야 할 말을 들을 수 있게 여지를 만들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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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되면 의심은 떠나갑니다. 더 이상 우리에 의심이 필요 없을 때 작별을 고하지요.
의심이 떠나가는 것은 우리가 깨달은 것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관계를 다시금 회복했기 때문입니다.
 
(바이올린과 순례자, 마틴 슐레스케, 니케북스)
....
 
 
 
텐세그리티(tensegrity)는 긴장(tension)과 안정성(integrity)을 합친 말로, 재료들이 밀고 당기는 힘을 주고 받아 균형을 이루는 구조 형식입니다. 텐세그리티 구조는 인장 결합을 의미하며, 압축과 인장의 힘이 평형을 이루는 특징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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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의심과 믿음처럼, 긴장과 안정성은 서로 밀고 당기는 길항작용을 합니다.
이 균형을 통해 가볍고도 견고한 구조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긴장이 지나치면 끊어질 수 있지만, 견고함이 지나치면 진동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집니다.
우리의 신앙도 이와 같아서, 의심이 지나치거나 신심이 지나치면 끊어질 수도 유연하지 못하여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이 균형을 위해 오늘 마땅히 의심할 것을 의심하고 그 뒤에 은총처럼 임하는 믿음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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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tensegrity 구조물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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