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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계시록과 종말론

속히 오신다더니 - 요한계시록

by kainos 2020. 8. 6.

무려 이천년 동안 성도들은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던 오빠를 기다리는 것보다 간절히 예수님이 다시 오시기를 기다려 왔다.

'속히' 오신다는 말에 인류는 밀레니엄마다 큰 혼란을 겪어왔고, 기상이변이나 천재 지변, 혹은 천문학적 이상 현상이 있을 때 마다 드디어 '속히' 오신다는 이 말씀이 이루어 지는 걸까하고 기대해왔다.

 

요한계시록에는 ‘속히’라는 단어가 8번 나온다.
주님의 재림이나 종말의 성취에 관해서 5번(1:1; 22:6.7,12, 20), 심판과 관련해서 3번(2:16: 3:11; 11:14) 언급된다.

종말이나 재림과 관련한 “속히”(ταχύ)라는 단어로 우리는 흔히 시간의 빠르기를 가늠한다.

우리는 '속히 일어날 일'이 왜 아직도 지체되는지, '속히 오신다'는 주님은 도대체 언제 오시는지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적으로 이 단어에 근거하여 많은 이단 종파들이 예수님의 재림의 날을 예측하기도 했었고, 우리나라에서도 다가올 미래를 준비한다는 소위 다미선교회의 공중휴거 해프닝도 벌어졌다.

하지만 이 단어가 어떤 맥락 속에서 인용되었는지 알면 우리의 조급증이 해소될 뿐 아니라 종말적 삶의 자세를 가다듬게 된다.

 

아래 표를 참고로 해서 핵심만 간략이 언급하면 계시록의 이 단어가 사용되는 문장은 다니엘서의 느부갓네살 왕의 꿈을 해석하는 장면에서 유래된다.

금과 은과 놋과 철로 상징되는 강력한 제국들이 결국 하나님이 세우시는 한 나라, 즉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에 의해 멸망되고 하나님의 나라만 영원할 것이라는 예언이다. 그리고 다니엘은 이 일은 "먼 훗날에(후일에, 장래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한다. 요한은 계시록에서 "장래(후일에)"라는 단어를 "속히"라는 단어로 의도적으로 대체한다.

다니엘서 예언이 다니엘의 시점에서는 먼 미래에 언젠가 일어날 일 이지만, 계시록 본문에서 요한은 현재 이미 시작된 성취의 결정적이고 임박한 때를 의미한다.

 

따라서 ‘속히’라는 단어는 시간적 빠르기를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다니엘이 먼 마지막 때라고 기대한 종말론적 환난과 악의 멸망, 하나님 나라의 도래가 요한의 시대에서는 이미 시작되었고 실상 이루어지기 시작했다는 기대를 암시하는 것이다.

 

다니엘이 예언했던 일 즉, 로마라는 사상 초유의 강력한 제국이 무너지고 진정하고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가 도래하는 일이 예수님의 초림과 십자가 사건으로 이미 시작되었음을 선포한다.

이런 의도에서 요한은 “후일에”라는 단어를 이미 시작되었다는 의미에서 “속히”라는 단어로 바꿔 놓는다.

나아가 초림 뿐 아니라 포괄적인 의미에서 종말의 완성을 위한 예수님의 재림도 "속히" 이뤄 질 것이라고 표현한다.

다시 말해 ‘반드시 속히 될 일’에는 예수님의 재림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계시록에 말하는 ‘속히’는 시간을 정해놓고 언제까지 오시겠다는 의미 즉, 시간의 빠르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출발했고 시작하였다는 의미의 ‘속히’이다.

시공간의 좌표를 정하며 ‘어느 시, 어느 곳’에서 만나자는 의미가 아니다. 시공간 밖에서 영존하시는 분이 시공간 안으로 임하시기로 작정하셨고 그 액션을 시작하셨다는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에게 제자들이 집요하게 던지는 '어디까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끝내 답해주지 않으신다.

 

 

그것은 예수님이 무감각해서도 아니고 우리를 속터지게 해주고 놀리시려는 의도도 아니다.

단지 이미 시작된 일이기에 “반드시” 이뤄 질 이고, 우리는 “태도”를 견지하고 신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계시록의 에필로그에서 무려 다섯번에 걸쳐 거룩한 삶을 살라고 권면하는 것도 또한 같은 이유이다.

문제는 때와 시가 아니다. 그것을 기다리는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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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친구가 약속시간에 좀 늦어져 '내가 속히 간다'고 하더라도,
'빨리 오겠거니'가 아니라, '이미 출발했으니 언젠가 오겠지'하고 생각하며 그 공백을 즐기는 것도 일종의 종말론적 삶의 연습(?)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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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성구/ 계시록과 다니엘서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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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리스도의 계시라 이는 하나님이 그에게 주사 [반드시 속히 될 일(ἃ δεῖ γενέσθαι ἐν τάχει)]을 그 종들에게 보이시려고 그 천사를 그 종 요한에게 보내어 지시하신 것이라 (계 1:1)

오직 은밀한 것을 나타내실 자는 하늘에 계신 하나님이시라 그가 느부갓네살왕에게 [후일에 될 일(ἃ δεῖ γενέσθαι ἐπ᾽ ἐσχάτων)]을 알게 하셨나이다 (단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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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그의 종들에게 결코 [속히 될 일(ἃ δεῖ γενέσθαι ἐν τάχει)]을 보이시려고 그의 천사를 보내셨도다 (계 22:6)

크신 하나님이 [장래 일을(ἃ δεῖ γενέσθαι μετὰ ταῦτα)] 왕께 알게 하신 것이라 (단 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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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비일, 요한계시록 주석, 새물결플러스)

#요한계시록_쉽게_읽기

이철규

2018년 9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