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에서 염석진(이정재분)은 왜 변절했냐는 추궁에 "해방될 줄 몰랐으니까"라고 말한다.
이는 미당 서정주가 반민 특위에서 왜 친일행각을 했냐는 질문에 "일본이 그렇게 쉽게 질 줄 몰랐고, 해방될 줄 몰랐다고 한" 말을 패러디 했다고 한다. 아마 거의 모든 친일범들의 공통된 생각을 대변한 말로 나름 설득력은 있는 말이다.
계시록 3: 20에 우리가 전도할 때 흔히 사용하기도 하고 너무도 익숙한 구절이 있다. 예쁜 성화로도 묘사되는 '볼지어다 내가 문밖에서 서서 두드리노니"....라는 성구.
문밖에서 노크하시는 주님은 너무도 인격적이셔서 우리가 잠에서 깰까 조심스럽게 노크하시고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슬퍼하며 발길을 돌리시지만, 그러나 만약 우리가 문을 열면 조용히 들어와 함께 식사하시고는 다시 조용히 나가시면서 초대해줘서 고맙다고 상냥히 인사하실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구절은 '룸서비스입니다'라고 속삭이는 호텔방의 노크소리가 아니고 타당한 권리가 있는 방 주인이 쿵쾅거리며 문을 두드리며 '도대체 어느 놈이 내 방에서 이러고 있냐'는 책망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구절의 구약과 신약적 배후는 이렇다. 먼저 구약의 아가서 5:2에 신부의 방을 두드리는 신랑의 노크처럼 어그러진 관계를 회복시키고자 하는 신랑의 외침이거나 (GK Beale), 마 24:42-46에 대표적으로 묘사되듯이 뜻밖의 시간에 돌아온 주인이 퍼질러 잠들어 있는 종을 향해 거세게 문을 두드리는 책망이 맥락상 맞다는 것이다.(톰 라이트)
그래야 이어지는 내용이 해석이 된다. 문을 열고 들어오셔서 신실함을 지킨 자들에게 만찬을 베푸시고 상석에 앉히신다는 내용 말이다.
우리의 신앙적 정절을 무너뜨리려는 온갖 핍박과 유혹이나 우리를 위해 죽음으로 사랑을 베푸신 주인을 향한 신실함을 배반하게 하려는 온갖 안락함의 유혹으로 부터 스스로를 지켜낸 승리한 자들을 오직 하나님과 어린 양에게만 허락된 보좌의 옆자리라는 가장 높은 상석에 앉혀 잔치를 베풀어 주시겠다는 것이다.
상상하자면 이 쯤이 비슷할 것같다.
- 정부수립 행사에 안옥윤(전지현분)같은 독립 유공자들을 귀빈석에 앉히고 염석진 같은 친일파들이 행사장에 끌려와 조롱과 치욕을 당하는 현장을 바라보면서 위로 받는 장면- 말이다.
비록 이 나라는 그러지 못했지만 그러나 종말의 날에는 신실함을 지킨자들이 보좌 옆자리에서 만찬을 즐길때
변절자들은 성밖에 울며 이를 갈면서 이렇게 중얼 거릴 것이다.
"사탄의 나라가 그렇게 쉽게 패할 줄 몰랐고 하나님의 나라가 진짜 올 줄 알았더라면 이러지 않았을 것이라고"
이미 시작된 그날은 반드시 옵니다. 오늘도 주님의 오심을 준비하는 하루가 되기를 바라면서 이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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