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단톡방에 치과위생사 자매가 자신이 근무하는 치과 원장님의 과잉진료 때문에 고민이라는 문제 제기에 각종 조언과 처방으로 잠시 소란 했습니다. 과잉진료를 말하려면 먼저 표준 진료에 대한 개념이 세워져야 하고 그 다음에 적정 진료에 대해 논의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 답답합니다. 그러다보니 마치 최소진료가 양심진료인 것 처럼 오인 받는 현실도 문제 있고, 여기에는 생각할 점들이 많네요.
생각해볼 포인트 몇가지만 여기서 논해봅니다.
첫째, 적어도 의료인들이 사회 전체의 건강도를 생각하면서 질병으로 병원에 찾아온 사회 구성원들을 자기의 자리(직장과 가정)로 빨리 리턴할 수 있게 신속 정확한 진료를 하겠다는 책임감이 첫째 포인트 입니다.
둘째, 자기가 판단한 진료가 양심과 경험에 비추어 적정 진료라고 판단되었으면 환자에게 로고스(지성), 파토스(감성), 에토스(윤리)
입각한 소통에 최선을 다해야 함이 둘째 포인트 입니다.
옆에서 혹시 납득하지 못하는 스텝이 있다면 그 환자의 병력에 입각해서 이것이 왜 적정진료인지 설명해주는 성의가 필요함도 중요 포인트 입니다.
(이때 스텝이 명확히 이해했다면 그는 존중 받은 느낌이 들어 자존감과 효능감이 높아지죠.)
셋째, 스텝의 눈을 통해 하나님이 보고 계신다는 (응용된) 신전 의식은 의료인에게 적절한 긴장을 유지하게 하여 전문인의 기술 역량, 윤리 역량, 관계 역량 증진에 도움이 됩니다. (기술 역량은 스텝 입장에서는 '내가 환자라도 우리 원장님께 치료받고 싶다'는 생각, 윤리 역량은 '내 가족과 친지에게 안심하고 치료받으라고 권하고 싶은' 생각, 관계 역량은 존중과 존엄이 지켜져 '일하고 싶은 직장'이라는 생각으로 발전합니다. )
넷째, 어떻게 환자에게 신뢰를 얻어야 할지 고민하는 조급한 의료인을 위한 조언을 드리자면 환자는 결코 광고로 오래 지속되는 내 환자가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환자 입장에서 의료인을 대할 때 먼저는 자격에 대한 신뢰를 검증하지만(내원 전에 이미 충분히 검색하고 옴),
다음으로는 진찰받으면서 의사의 말과 소통에서 풍기는 정직성에 대한 신뢰를 검증하지요.(소통의 신뢰),
이런 신뢰를 기반으로 최종적으로 핵심적인 신뢰인 '그 사람에 대한 신뢰'로 이어질 때 매우 견고한 관계로 발전 합니다.
다섯째, 그러나 신뢰는 마치 팁을 받는 것처럼 조금씩 쌓아가는 것입니다. 평판이나 소개처럼 누군가로부터 일시에 부여받은 신뢰는 마치 외상값 같아서 치료의 전과정을 통해 조금씩 갚아나가야 하는 버거운 것이라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
(이 팁은 환자의 복지를 자신의 이해보다 우선하겠다는 약속과 이행을 통해 조금씩 얻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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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전문인이란 무엇인지, 그 책무가 얼마나 무거운지 생각해볼 틈도 없이 숨가쁘게 몰아 붙인 이 나라 교육 제도의 현실도,
사회적 불신과 갈등을 조장하는 무책임한 언론과 공공기관도 모두 공범이긴 하지만
일차적으로는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어가야 할 당사자는 의료인 자신이라는 것이 문제의 핵심 입니다.
숨가뿐 경쟁, 사회적 질타, 공공기관의 압박이라는 삼각 파도로 짓눌리는 전문인들에게 결코 가볍지 않은 버든이라는 게 몹시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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