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료선교회 소식지 ‘내 말을 네 입에’ 원고(학술대회를 마치고)
설립 33년으로 장년의 나이에 접어들기까지 그간 해외에 다수의 선교사를 파송하고 다양한 강의 및 의료봉사 사역으로 하나님 나라 확장에 힘써온 치과의료선교회는 올해 처음으로 종합 학술대회를 기획하였습니다.
각 전문 분야에서 뛰어난 연자로 활동해오던 회원들이 재능을 기부하여 각자 그 동안 진료를 통해 느끼고 고민하던 부분들을 솔직하고 진지하게 그리고 나아가 신앙의 눈으로 재 해석하였다는 점에서 여느 학술대회와는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구성 이었습니다. “지식, 지혜 그리고 진리”라는 제목에 걸 맞게 연자들의 강의는 청중들에게 새로운 지식을 제공하였을 뿐 아니라 지혜가 담겨 있었으며 진리를 향한 탐구가 돋보였습니다. 보수교육점수를 확보할 수 없었던 상황과 연휴에 열린 유료 강연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300여명이 넘게 참석한 이번 학술대회는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저도 이 큰 장터 한 귀퉁이에 작은 보따리를 풀 기회가 주어졌는데 학술대회라는 장터에 어울리지 않는 낯선 물건을 내놓아 심적 압박이 밀려 오더군요.
신앙 안에서 신뢰와 존중을 기반으로 치과공동체를 구성하는 치위생사, 치과기공사, 치과재료상의 관계 회복을 통하여 지난 10여 년 사이에 급속히 상업주의에 물든 치과계가 윤리적이고 투명한 진료를 회복하여 우리가 속한 사회공동체를 섬기자는 내용으로 “좋은 치과 만들기, 왜 그리고 어떻게"라는 제목의 강의를 나누었습니다. 강의는 회복적 종말론과 일의 신학, 그리고 종말론적 윤리로 해석한 "왜"의 부분과 치과 공동체 회복을 위한 실천적 제안을 제시한 "어떻게"의 부분으로 구성하였습니다. 바라기는 이 강의를 통하여 기독 치과의사를 중심으로 신뢰와 존중의 문화가 우리 치과계에 자리잡기를, 그리하여 좋은 치과 만들기 운동이 여러 곳에서 자생적으로 일어나기를 기대합니다.
기업의 행동양식이란 일터문화가 반영되는 것이고 이는 직원 존중에 달려있다고 합니다. 직원과 거래처를 존중함으로 우리 치과계의 일터 문화가 개선되고 이를 통하여 환자와 사회를 향하여 신뢰를 회복하는 치과계가 되기를 소망하며 학술대회를 마치며 느낀 실천적 제안과 향후 학술대회를 위한 미래적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먼저, 좋은 치과를 만들기 위한 몇 가지 실천적 제안을 해봅니다. 첫째로, 진료실 스텝을 위해서는 병원 조직의 비전을 제시하고, 적절한 보수체계를 함께 세워 나가며, 위임 가능한 권한을 위임하고, 감정 고갈 예방을 위해 거짓과 지나친 친절을 요구하지 말며, 자기 효능감과 자기 성장성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상사와 동료간 관계가 원활하게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둘째로, 기공사들을 위해 배려한다면 잘못된 기공물을 지적하는 것으로만 그치지 말고, 좋은 기공물에 대한 치하와 감사를 표현함으로 직업의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고, 가격 경쟁이 아닌 품질로 경쟁하게 하며, 기공료 결제를 적기에 제대로 해주고, 기공 수가에 대한 고민을 함께 풀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각합니다.
셋째로 재료상과 기자재 상들을 위해서는 재료주문을 불시에 자주하지 말고 정기적으로 함으로 운송비 부담을 절감해주고 예측 가능한 주문이 되도록 배려하자는 것 입니다. 기자재 상들은 몇 명의 지역사회 치과의사들이 협력하여 기계 관리 계약을 체결하여 고정 수입이 확보되도록 배려해주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바야흐로 선교사님들이 세계 각 곳에서 눈물과 땀으로 개척한 선교병원들은 NGO 모델에서 점차 BAM 모델로 전환되어가는 시점에 있습니다. 이 점을 감안하면 우리의 치과 공동체가 서로 협력하여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고 존중과 신뢰의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은 시대적 사명이며 동시에 하나님께로부터 위임 받은 문화명령에 순종하는 것이 됩니다.
다음으로, 향후의 학술대회를 구상을 위한 제안을 해봅니다. 의학은 과학이지만 의료는 인문학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류가 탐구하는 학문들의 지향 목표를 플라톤은 가치에 의한 분류로 진-선-미(verum- bonum- pulchrum)를 제시하였고, 그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를 기능과 삶의 양식에 따른 분류로 이론-행위-제작(theory-action-creativity)이라고 제시하였습니다. 이러한 분류는 학문분야에서는 논리학-윤리학-미학으로 발전해왔습니다.
통상 자연과학 등의 순수학문은 진리(verum)를 탐구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학술대회는 주로 이렇게 이론의 영역을 다루어 왔습니다. 그러나 art & science라고 칭해지는 치의학 분야는 이론의 영역과 함께(진의 영역), 행위와 제작의 영역도(선과 미의 영역), 즉 무엇이 좋은 진료이고 아름다운 진료인지를 다루기도 했습니다.
임플란트 시대와 디지털 시대를 거치면서 치과계는 이론과 행위 그리고 제작분야에서 많은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가 반갑지만은 않고 우려가 되는 이유는 의사와 환자 중심의 치료가 치과산업 중심으로 이동함으로 자본 우위에 따른 치료의 비인간화가 예상 되기 때문입니다. 이제 '나와 너의 informed consent' (치료 전 동의)아래서 '내가 너에게' 그리고 '내가 너의 고통을 함께 하며', '내가 너에게 책임지는', 그렇게 시작되고 그렇게 마무리되던 치료는 점차 사라져 가고 이젠 '그들에 의한 그것들의 치료'로 이행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저작 기능이 어느 정도 충족되자 치아의 3대 기능(저작, 발음, 심미)에서 뒷자리에 있던 심미적 기능에 대한 욕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심미보철이 앞자리로 뛰어오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름다움 대한 정의와 바람직한 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이 선행되지 않고, 이른 바 ‘할리우드 스마일’처럼 무조건 밝고 흰 것이 아름답다는 작위적인 미의 추구로 인해 과잉진료라는 부작용이 있어 왔습니다. 성형수술에 대한 욕구에 편승하여 과도한 미적 욕구. 아름다움의 회복을 넘어 젊음으로의 회귀 욕구 등을 어떻게 컨트롤 해야 할 지가 우리 분야에 남겨진 숙제 입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기독인문학자들과 연합하여 사회적 통념에 젖은 미에 대한 개념을 비판적으로 정립하고 성경이 제시하는 바람직한 관점을 제시함으로 사회를 선도하는 것이 ‘내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는 우리 주님의 계명에 순종하는 기독 치과의사들의 과제라 생각합니다.
진-선-미라는 학문 추구의 목표를 다시 생각할 때 향후 학술대회의 흐름은 과학 이론에 근거한 치료술식을 논의하는 기존의 방향과 함께, 무엇이 선한 진료이고 윤리적인 진료인지에 대한 신학적이고도 실천적인 논의와 아울러 무엇이 우리가 추구할 진정한 아름다움인지에 대한 미학적인 논의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합니다.
이제 ‘지식, 지혜 그리고 진리’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면 앞으로는 ‘진리와 더불어 선함과 아름다움으로’라는 주제로 발길을 향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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