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과 연중 목표 수립을 위한 미팅을 하면서 매년 만달라트 기법으로 계획을 세웁니다. 이 방법은 일본의 괴물 투수 오타니 쇼헤이라는 선수가 자기계발을 위한 목표 수립과 실천의 방법으로 소개되어 널리 퍼진 방법입니다.
격자로 눈금 그어진 모눈종이에 가로와 세로로 크게 세줄로 줄을 긋고, 그어진 각각의 박스를 다시 가로 세로 셋으로 줄을 그으면 크게는 9개의 박스가 생기고 그 상자 각각에 9개의 칸이 생깁니다. 중앙에 있는 박스의 가장 중심에 몇 년 차 치위생사에 걸맞은 자기 목표를 설립하고 그 목표를 구성해주는 실천목표를 주변에 8개를 채웁니다. 그리고 8개의 칸은 다시 주변 8개의 박스로 확장되어 그 실천목표를 구체적으로 이뤄낼 실행 세칙으로 채웁니다. 이것을 매년 시행하고 연말이나 일정 기간이 되면 이에 따라 성취 여부를 평가합니다.
그 안에는 자기계발을 위한 목표도 있지만, 공동체의 팀웍을 위해 선배는 후배교육을 어떻게 도울 것인지에 대한 목표도 포함되어야 하고 이 부분은 반드시 평가되고 기여 정도를 보상합니다. 작년부터 시작한 이 방법이 아주 효과가 좋아 올해도 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여기에 핵심이 되는 스피릿을 얹어보았습니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제임스 클리어, 비즈니스북스)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제임스 클리어라는 전직 야구선수가 자신의 사소한 습관의 변화로 이룩한 놀라운 결과에 관한 통찰력 넘치는 방법을 소개한 책입니다. 프로페셔날리즘은 "내면화되고 습관화된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이라고 정의됩니다.
그리고 프로세펴날리즘을 가장 효과적으로 배우는 방법은 좋은 멘토를 본받기와 좋은 동료들과 나눔을 통한 강화라고 합니다.
우리는 변화가 가져올 결과를 기대하며 목표치를 세우고 방법을 만들고 나아가 우리의 존재가 변화되기를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그 역순으로 우리의 존재성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습관과 방법도 찾아지게 되고 뒤를 이어 목표가 아닌 결과로서의 변화가 이루어지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이 책을 소개하는 유투브를 직원들과 공유하고 취지를 나눈 다음에 각자에게 걸맞은 몇 년 차 치위생사 정체성, 그 정체성을 설명해주는 한 단어의 형용사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아이디어들이 샘 솟아 '대체불가 OO님', '다재다능 OO님', '유능한 OO님', '실수 없는 OO님', 열정 넘치는 OO님', 경청하는 OO님', 이렇게 다양한 수식어들을 얻었습니다. 이 중에 '실수 없는'이라는 수식어를 선택한 3년 차 스텝이 있습니다. 자신이 스스로 진단한 대로 실수가 좀 많은 직원입니다. 유심히 관찰해보니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더군요. 결정적인 진료 과정에서 허둥대기 시작할 때면 좀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이 친구에게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미림선생님!" (가명)
"나도 레지던트 시절에 인상을 뜨는 게 특히 힘든 일이었어요. 많이 허둥대고 힘들어했지, 어느 날 동료와 후배 선생님을 보니 우아하고 침착하게 해내는 것을 보고 깨달았지요. 그런 모습을 자꾸 연상하면서 그런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그 과정을 극복해낸 경험이 있어요."
"미림 선생의 속에는 되고 싶은 3년 차 위생사에 걸맞은 모습과 아직도 새내기 위생사의 모습이 상존하는 것 같아요."
"새내기 위생사의 모습을 '초림'이라고 이름 붙여 봅시다."
"제가 가끔 책망할 일이 있다면 미림 선생이나 미림 씨의 인격을 책망하는게 아니고 '초림'이를 혼내는 겁니다."
"그리고, 미림선생이 성취하기 원하는 모습을 '재림'이라고 이름 붙이겠습니다."
"저는 미림선생의 모습 속에 가끔 발견되는 '재림' 씨를 격려하고 속히 재림 씨가 되도록 자극을 줄 겁니다."
"이제부터 미림선생을 주눅이 들게 하는 어떤 치료를 하기 전에, 머릿속에 재림 씨를 불러내고 재림 씨가 할 만한 행동 자세를 머릿속에 그려보세요. 그리고 초림이가 스멀스멀 움직이려 하면 꾸짖어서 활동하지 못하게 해보세요."
"그리고 그 재림 씨는 미림선생이 이름 지은대로 '실수없는' 재림 씨 입니다."
"이제부터 재림 씨가 할만한 행동을 하나씩 훈련해서 습관이 되도록 해봅시다. 근육이 기억할 때까지요."
그리고 하루가 지나서 동일한 과정을 치료한 결과는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옆에서 보니 태도가 전과 달리 허둥대지 않으며 느긋했고 결과도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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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의 인식이 선택을 바꾸게 되고 그것이 쌓이면 결과도 달라질거라 생각됩니다. 십자가의 은혜 못지않게 새 창조의 인식이 오늘의 삶을 변화시킨다고 저는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것이 회복적 종말론을 살아가는 자세라고 생각하고요.
미래적 관점에서 오늘을 바라보기를 일터에 적용해 보았습니다.
(오늘도 초규와 재규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철규가 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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