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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신학

일과 신앙이 하나되는 생활 8 - II. 삶과 신앙의 일치를 위하여(4.요한계시록의 핵심 메시지)

by kainos 2020. 9. 6.

4. 요한 계시록의 핵심 메시지

계시록의 주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핵심 단어와 핵심 표현을 알면 도움이 됩니다. 핵심 단어와 표현에는 계시록을 읽고 듣는 모든 자들이 위기의 상황 속에서도 신앙을 버리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요한계시록의 핵심 단어는 1장 3절과 22장 7장에서 사용되는 ‘지키다’(말씀을 지키는 자는 복이 있다)라는 단어입니다. 계시록의 저자가 독자들에게 가장 강조하고 싶은 권면이 담긴 표현이 바로 ‘말씀을 지키라’(keep)입니다. 지키다의 원 단어인 테레오(τηρέω)는 영어의 keep, maintain, protect의 의미가 모두 있습니다. 이 단어 하나에 저자가 소아시아 일곱 교회 성도는 물론, 시간이 흘러 역사가 지속되는 동안 여전히 신앙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성도들에게 전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계명을 지키라(keep), 하나님께서 우리를 지켜 주신다(protect)는 것입니다.

핵심 단어에 이어서 계시록의 핵심 표현을 알아보겠습니다. 무엇 무엇을 하는 자는 ’복이 있다’는 표현이 담긴 문장이 일곱 번 반복되는데 이를 요한계시록의 7복(seven blessings, seven macarisms)이라고 합니다. 학자들은 7복은 예수그리스도의 계시에 적절히 반응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복으로 계시록 메시지를 핵심적으로 요약해주는 표현이라고 합니다. 7복에는 성도의 종말적 승리, 새 왕국에서 맞이할 축복, 윤리적이며 신앙 고백적인 진술이 담겨있습니다.

 

일곱 번 반복되는 ‘복이 있도다’라는 지복 선언은 계시록 안에서 독특한 배치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곱 중에서 처음 여섯은 X교차 구조를 보이며 이들은 3개의 짝을 이룹니다. 첫째와 여섯째 지복 선언에는 ‘말씀을 지키는 자는 복이 있다’는 문장으로 정확히 대칭을 이루면서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 말씀을 지키는 자의 복으로 초대합니다. 그러나 둘째와 다섯째 지복 선언에서 의미의 반전이 있습니다. 둘째 지복 선언에는 ‘주 안에서 죽는 자는 복이 있다‘는 죽음의 선포가 담겨 있고 다섯째 지복 선언에는 ’첫째 부활에 참여하는 자는 복이 있다’는 부활과 통치에 참여하는 자의 복이 선포됩니다. 죽음과 부활이라는 대조적인 내용으로 짝을 이루는 둘째 짝의 의미는 주를 증거하다 죽는 죽음은 곧 부활에 참여하는 것이고 나아가 그리스도의 통치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선포합니다. 셋째와 넷째 지복 선언은 깨어 옷을 지키는 자는 복되다는 내용과 혼인 잔치에 참여하는 자는 복되다는 선언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X교차 구조를 갖는 문장은 교차점에 핵심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따라서 여기에서 옷과 혼인잔치에 내포된 의미상의 연결고리를 찾으면 일곱 지복 선언으로 저자가 담고자한 메시지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옷을 지킨다는 의미는 신앙의 품격과 성도의 명예를 지킨다는 뜻입니다. 자신에게 가해지는 불이익과 핍박에도 불구하고 우상을 숭배하지 않고 이웃에게 해를 가하지 않음으로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성도의 의로운 행동입니다. 성도는 혼인잔치에서 그리스도의 신부이면서 동시에 하객이라는 이중 정체성을 가집니다. 로마시대에 왕위가 계승되는 대관식에 참석하는 것은 큰 영광일 뿐 아니라 왕께 변함없는 충성심을 표현하는 충성 서약의 의미가 있습니다. 이 영광의 자리에 걸맞는 깨끗하고 품위있는 의복을 갖추지 않고 더럽고 추한 옷을 입은 채 참석한다는 것은 왕을 모욕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왕위가 계승되는 것이 못마땅하여 왕의 기쁨에 동참하기를 거부하는 대역죄입니다. 새 하늘 새 땅이 도래하기를 갈망하는 그리스도의 신부인 교회와 성도는 신랑과 신부 자신의 명예에 합당한 신앙의 품격을 목숨처럼 지켜내야 합니다.

일곱 째 지복선언은 앞의 여섯 지복 선언의 핵심인 옷에 관한 당부가 강조됩니다. 옷을 지키는 것을 넘어서 옷을 빨라는 당부와 함께 생명나무에 접근할 권세가 주어진다고 선언합니다. 옷을 빠는 것은 세례처럼 단회적이거나 수동적인 것도 순교처럼 시간과 상황적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지속적이고 능동척인 실천 윤리입니다. 이는 하나님 앞에서 도덕적 생활을 향한 끊임없는 결단이고 나아가 증인(증인이라는 단어에는 순교라는 의미가 포함됩니다)의 삶으로 변화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신도로서 신앙의 품격을 유지하는 것일 뿐 아니라 하나님의 영예를 드높이는 하나님 나라의 신민으로서 우리가 지켜야할 실천적 윤리입니다.

계시록의 핵심 메시지인 일곱 지복 선언을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게 됩니다.

 

어려운 처지에 놓은 성도들 이여! 신앙을 희석하는 혼합주의의 세태 속에서 말씀을 따라 굳건히 살기를 권합니다. 이것이 참된 복입니다.

그렇게 살다 보면 여러분은 사회적, 경제적 난관에 부딪힐 것입니다. 그러나 낙심하지 마십시오. 그것이 주님의 다스림에 동참하는 삶입니다.

그러니 성도 여러분! 신앙의 정결한 품격을 지키십시오. 하나님을 왕으로 모시고 신랑되신 그리스도의 정결한 신부가 될 그날을 기대하며 사십시오. 여러분은 삼위일체 하나님과 한 가족처럼 지내게 될 것입니다.

다시한번 말합니다. 부단한 노력으로 신앙을 정결하게 유지하십시오. 여러분은 회복된 새 하늘과 새 땅에서 영원한 생명으로 보상받게 될 것입니다

 

이와 같이 계시록의 핵심 단어와 핵심 표현을 통해서 요한계시록은 참된 복이 무엇인지 깨닫고 신앙을 지켜내라는 응원가임을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