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에 한번씩 들르는 동네 책방이 있습니다.
가끔 산책 삼아 가면 무뚝뚝한 여쥔장은 마치 고양이 행인 보듯 힐끔 보고 말지만, 이 집의 책 선정 안목은 감탄할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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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긴급 재난 지원금으로 책 몇 권 사들고 들어왔을 때도
'바른 마음'(조너선 하이트) , '생각의 시대'(김용규)를 발견한 기쁨으로 한 여름을 잘 보냈고,
며칠 전 불쑥 들러 집어든 책 한권 역시 세렌디피티의 기쁨을 주고도 남습니다.
'일터의 품격'이라 번역 된 도나 힉스의 책은 원제목 (Leading with Dignity)의 깊이를 충분히 살려주지 못한 밋밋한 제목이라는 점을 제외하곤 한번 잡으면 놓기 어려운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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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서양의 어느 남자 고등학교의 교훈이 'A man of Integrity, A man of Dignity'라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짧은 단어 속에 함축된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관의 무게는 들었을 당시에는 잘 몰랐으나 살아갈수록 이 사회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필수 요소라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가 존엄을 존경(respect)과 혼돈하지만, 존경은 스스로 쟁취한 것이라면 존엄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지는 '타고난 가치'라는 점을 저자는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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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역사상 이렇게 나쁠 수 없음을 보여준 도널드 트럼프의 4년 폭정이 남긴 가장 아픈 점 역시 인간의 존엄이 심하게 훼손되었다는 것입니다.
바이든의 당선, 아니 트럼프의 낙선 소식을 전한 CNN의 밴 존스가 울먹이며 밝힌 소감도 결국 지난 4년간 인간의 존엄이 훼손되었고 그 점이 부모로서 가장 마음 아팠다는 것을 말하려 하는 것 같았습니다.
트럼프가 이민자들을 추방하며 어린 자녀와 생이별하게 하던 짓이나,
영화 쉰들러 리스트에서 독가스로 사람의 생명을 빼앗고 재로 만들어 버려 사람 태운 재가 눈처럼 내리게 하던 극악 무도한 행위나,
유치원 보육교사가 아이를 짐승 취급하며 해를 가하는 이땅에서 벌어지는 행위나,
일터에서 벌어지는 직위를 이용한 크고 작은 각종 존엄 훼손 행위들이나,
저항할 수 없는 인간으로부터 존엄을 빼앗고 짓밟는 모든 행위는 그 자체가 당신의 형상으로 창조하신 창조주 하나님을 향한 범죄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왜냐하면 인간에게 주어진 존엄의 원천은 하나님이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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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리더의 위치에서 존엄 수호자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영예로운 일인지 알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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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존엄을 세워주고 격려하며, 서로 존엄히 여기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일터 문화의 재건이고, 진정한 목회의 모습이지 싶습니다.
삶의 어떤 영역에 종사하든, 우리 모두는 이런 의미에서 모두 목회자 입니다.
기독교 용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성경적 가치관을 잘 녹여낸 이 책을 기독교인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가서 너희도 이와같이 하라'는 말씀대로 이 책 내용을 실천한다면, 우리 가정과 일터와 사회가 놀랍게 변할 거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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