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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삶책(책과 문화)

신과 악마 사이

by kainos 2022. 9. 10.

하나님은 인간의 이런 믿음과 다르다. 이 믿음은 사실 의미에 대한 믿음(고통의 의미에 대한 믿음)이다. 그런데 하나님은 느닷없이 무의미가 된다. 그래서 묻는다. 도대체 그 길에 그분이 계시는가?

(우리의) 이 믿음은 최고의 지혜에 대한 믿음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어리석음이다. 

이 믿음은 하나님의 영광과 존귀하심을 믿는 믿음이다. 그런데 보라, 하나님은 수치와 모욕을 당하고 침 뱉음을 당하고 나무에 달려 죽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신다.

이 믿음은 기적에 대한 믿음이다. 그런데 보라, 하나님은 침묵하며 십자가에서 내려오지 않으신다.

이 믿음은 이 세상의 위대함, 그리고 이 세상 너머의 위대함을 믿는 믿음이다. 그런데 보라, 하나님은 작고 그래서 걸림돌이 된다.

이 믿음은 앞다투어 달려 나가 하나님의 옷을 차지하려 한다. 그런데 보라, 하나님은 조용히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세상의 뒷문으로 오셔서 베들레헴 외양간에 누우신다.

이 믿음은 낮에 대한 믿음이다. 그런데 보라, 하나님은 밤에 오신다. 지혜로운 자들에게는 감추고 성탄 밤의 목자들, 그 '어리석은 자들', 그리고 귀신들과 어린이들이 그분을 알아본다.

이 믿음은 가만히 들여다보면 언제나 인간 자신에 대한 믿음이다. 그런데 보라, 하나님은 하나님이지 인간이 아니다. 

그러므로 인간은, 우리모두는 처음부터 의심하는 존재요 시험에 흔들리는 존재다. 자기 숭배의 신전에 머물러 있는 우리를 채찍으로 몰아내고 교만의 바벨탑을 무너드리신 다음에 우리의 아버지가 되신다. 우리를 불확실성과 불안의 바다에 빠트리신 다음에 우리의 평화가 되신다. 

우리는 처음부터 의심하는 존재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믿는 만큼, 딱 그만큼 하나님을 의심한다. 우리는 아무 거리낌 없이 우리 자신을 믿는다. 

의심의 시간은 우리 자신을 믿는 시간이다. 우리에 대한 의심은 내려놓고, 딱 그만큼 하나님을 의심하는 시간이다. 이것이 우리의 시간이고 어둠의 권세다. 이것이 성경이 가르치는 인간과 하나님의 단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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