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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만나는 하나님

먼저 우리 스태프들을 미소 짓게 하자 (2011-10-04)

by kainos 2023. 2. 3.

 

얼마 전 신인가수를 발굴해내는 인기 TV프로에서 멘토인 김태원은 멘티들을 격려하고 칭찬하는 것으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발달 심리에서도 사람은 격려받고 기대하는 만큼 성장한다고 한다.
치과에서도 그러하다. 스태프들에게 활발하고 적극적인 진료 보조 역할을 기대한다면 의사는 자신이 하려는 진료 내용과 그 의미를 잘 가르쳐 주고 또 주의할 점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언제든지 궁금한 것들을 물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러면 처음엔 기대한 만큼 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점차 진료에 재미를 느끼고 진료 능력도 향상될 뿐 아니라 자존감도 높아진다. 또한, 그들이 새로운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된다면 우리 일터는 훨씬 밝아지게 되며 이러한 분위기는 환자들에게 흘러넘치게 된다. 

 


4년 정도 함께 일한 위생사가 있었다. 졸업 후 첫 직장으로 우리 치과에서 일했는데 어느 정도 일이 익숙해지자 변화를 모색하고 싶은 마음에 퇴사하고 모 종합병원으로 직장을 옮겼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난 후 다시 연락이 왔다. 그만둔 걸 후회하고 있고 다시 일하고 싶은데 기회를 주실 수 있는지. 차 한잔을 놓고 마주한 그 스태프는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신다면 열심히 일해보겠다고 한다. 저간의 사정을 들어보니 안타깝다. 그간 종합병원에서 겪은 일들은 이러하다. 

 

그가 처음으로 부딪힌 일은 환자들에게 진료과정마다 친절하게 설명하자 선배 스태프들이 그런 행동들을 제지하며 환자를 빨리 처리하라고 화를 냈다고 한다. 선배들은 후배 스태프들에게 강압적이고 비인격적으로 대하고 심지어는 점심식사 후 커피 전문점에 가서 자비로 커피를 사다 바치도록 강요했다고 한다. 거기에다 치료계획이나 진료 내용이 이해되지 않을 때 물어볼 수도 없는 분위기였다. 의사선생님들에게 반말은 물론, 수시로 무시당하기도 했으며 심지어는 성희롱에 가까운 일들도 겪었다고 한다.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았지만 좀 시간이 흐른 뒤에야 모든 사람들이 진료실 최고 책임자의 눈치를 본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것이 근본 원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녀의 이야기는 이어진다.

 

“그런 분위기에서 사실 가장 불쌍한 사람들은 환자들이지요. 왜냐하면, 진료실에 무겁게 흐르는 중압감과 침울함이 있었고, 우리는 항상 윗사람 눈치를 보는 불편함이 있었어요. 스태프들은 뭔가에 쫓기고 스태프 간에도 작은 일에조차 짜증과 불만이 날카롭게 튀어나오게 되지요. 이런 것들은 환자들에게 불친절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요. 환자는 보호받지 못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게 돼요. 환자의 불편함이나 궁금함은 당연히 무시당하기 일쑤고 간혹 대기실은 고성이 오가기도 했어요.”
그런 분위기에서 더는 견딜 수 없던 그는 사직하고 나왔다. 다시는 그런 곳에서 일하기 싫다고 고개를 흔든다.


의사들이 스태프들의 말문을 막고 귀를 닫으면 그들을 통해서 환자들을 피드백할 수가 없으며 스태프들을 통해 환자들에게 의사의 바람을 전달할 수 없게 된다.

 

소통의 첫째 원리는 상대방을 존중함에서 시작된다. 또 소통을 위해서는 에토스(윤리적 신뢰성), 로고스(논리성), 파토스(감성적 공감)가 필요하다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한다. 우리는 신뢰성 있게 논리의 일관성을 가지고 서로 공감하면서 우리의 스태프들과 소통하는가, 또 스태프들의 소통에 적절히 반응하는가 살펴볼 일이다.
그리고 소통에는 배려가 있어야 한다. 하나님께서 출애굽 광야에서 성막을 통해 이스라엘 가운데 거하신 것도, 그리스도께서 인간의 몸으로 성육신하신 것도 우리와 소통을 위해 우리의 이해수준으로 낮아지신 것이다. 우리는 소통을 위해 얼마나 우리 눈높이를 낮추고 있는지도 살펴볼 일이다.


스태프들을 존중하고 말문을 열어주고 귀 기울이는 것, 그리고 그들을 배려함으로 마음을 밝게 해주는 것, 이것이 진료실에서 주님이 기뻐하시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와의 대화를 마치고 후임으로 들어와 일하고 있는 스태프들과 잘 화합할 것을 다짐받고, 또 기존 스태프들의 동의를 얻은 후 그를 다시 채용하였다. 그 뒤로 다시 3년여 시간이 지나는 동안 그간의 상처들이 회복되고 이제는 환자들과도 활발하게 그리고 마음껏 친절하게 대하고 있다. 또 선후배들과도 즐거운 일터 분위기를 잘 만들어 가고 있다. 그녀는 다른 스태프들에게 자기 경험담을 가끔 들려주고 집 나가면 고생이니 여기서 잘 지내자고 후배들을 다독거리면서 중간 관리자의 역할을 잘 감당해주고 있다. 스태프들의 얼굴에 미소가 흐르게 해주는 것, 그것이 진료실 회복의 첫 단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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