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설농탕이라는 맛집이 있다. 신사동 굴다리 근처에서 시작한 이 음식점은 이제 많은 체인점을 거느린 회사가 되었다. 이 회사의 대표 오청씨는 모든 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개인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다.
그는 7000원짜리 설렁탕 14만 그릇을 팔아야 버는 액수인 개인 돈 2억 원과 회사 돈 8억 원을 기부했다고 한다. 그리고 ‘사랑의 밥 차’를 몰고 다니며 배고픈 이웃에게 3년간 설렁탕 4만5000 그릇을 나눠 주었다고 한다. 그의 '기부 경영'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① 직원을 부자 만들고 (정규직 고용)
② 거래처를 부자 만들고 (쌀값 떨어진 액수만큼 쌀 사 오는 마을에 농기계 기부)
③ 밥과 돈을 나눠 사회를 부자로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여러 번의 사업 실패로 심한 고생을 겪었던 회사 대표는 이제는 직원들과 함께 동고동락하고 있다. 그는 내년에 어떤 사업을 하는 게 좋겠냐는 설문조사에서 '내년엔 냉면도 팔자'는 식으로 사업 아이템을 낼 줄 알았는데, 과반수가 '봉사활동 다니자'는 의견을 냈다고 하며 회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직원들이 회사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말한다.
직원들을 껴안으니 깍두기 놓는 손길부터 고객 서비스가 달라졌다. 오 대표는 "인건비 부담이 늘면서 오히려 매출은 늘어났다"고 말했다. 신선설농탕이라는 검색어로 수많은 관련 기사를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2003년부터 4년간 동료 치과의사들과 함께 탈북자 진료 모임을 만들어 봉사한 적이 있다. 매주 토요일 오후 순번을 정해 멀리 떨어진 곳까지 차를 타고 탈북자들이 모여 있는 보안시설에 들어가 그들을 만나는 일은 긴장되고 힘든 일이었다.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고 진료 시스템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정해진 환자들을 늦은 저녁까지 진료를 마치는 것 또한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정작 힘든 일은 겨우 진료를 마친 뒤 기구들을 정리하고 부족한 물품을 파악하는 것과 소독이 필요한 기구들을 치과로 가져와 세척하고 소독하여 다음 선생님이 사용할 수 있게 준비해놓는 일이었다.
이 힘든 일은 치위생사 자매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토요일 오후, 자기를 위해 쓰기에도 바쁜 시간을 쪼개 함께해준 자매들이 지금 생각해도 고맙기 그지없다.
시간이 많이 지난 요즘, 함께 했던 위생사들은 그때의 기억을 보람되고 좋은 기억들로 간직하고 있다. 오히려 일생에 잊기 힘든 훌륭한 경험을 하게 해주었다고 고마워한다.
탈북자들 얼굴에 무사히 한국에 왔다는 안도감 뒤로 언뜻언뜻 비치는 불안한 눈빛과 불쑥 튀어나오는 까칠한 반응을 통해 그들의 고통이 얼마나 심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고들 말한다. 돌이켜 자신들의 삶 속에서 감사한 일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얼마나 잊고 살았는지도 생각하게 되었고 가족, 동료, 일터 그리고 내 나라에 대한 소중함 등이 생겼다고 말한다. 그들의 열악한 구강상태를 보면서 느끼는 안타까움, 더 좀 잘해주지 못한 아쉬움,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 속에 솟아나는 잔잔한 뿌듯함 등의 감정들이 봉사를 다녀와서 일상을 살아가는데 원동력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
이 세상 수많은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가운데 최우선이 되는 일을 열 개의 문장으로 줄여놓은 것이 십계명이다. 그것을 다시 두 문장으로 줄여 예수께서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고 하셨다. 따라서 우리가 살아가면서 수 많은 하고 싶고 또 해야 할 일을 단 한 단어로 압축하고 또 압축하여 최후까지 남는 한 단어로 요약한다면 역시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사랑을 Practice하면 그것을 통해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맛보게 되므로 우리 마음 속에 아버지의 마음이 흘러 들어와 우리는 성숙해지며 삶의 보람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자녀 교육에서나 직원 교육에서도 최고의 길은 사람이 성숙하게 되는 것이며 이는 사랑의 연습을 통해서 이뤄지게 된다고 생각한다.
직원들을 존중해주고 그들과 잘 지내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그들이 일을 통하여 보람을 느끼고 비전을 발견하는 것과 그들의 직업적 재능을 통하여 이웃에게 유익된 일을 하고 있다고 깨닫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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