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과 신학

Broken Arrow와 All Front: 그리스도인의 전장 인식

by kainos 2025. 12. 4.

영화 <We were Soldiers>는 종군기자 조셉 갤로웨이 (Joseph L. Galloway)와 지휘관이었던 할 무어(Harold Gregory Moore)중령의 전장보고서인 <We Were Soldiers Once... and Young: Ia Drang — The Battle That Changed the War in Vietnam>(Random House, 1992.)의 내용을 기반으로 제작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베트남전 초기 이아 드랑(Ia Drang) 전투를 배경으로 합니다.. 이 전투는 미군이 처음으로 대규모 정규전 형태로 북베트남군과 충돌한 전투였으며, 이후 전쟁의 성격을 규정한 상징적 사건으로 회자됩니다. 이 전투에 투입되는 부대의 지휘관은 미 육군 제1기병사단 7기병연대 1대대 지휘관 할 무어 중령(Hal Moore)입니다.. 그는 전투 직전 부대원들을 모아놓고, 지휘관으로서의 각오와 책임을 이렇게 선포합니다.

"I can't promise you that I will bring you all home alive. But this I swear before you and before Almighty God: that when we go into battle, I will be the first to set foot on the field, and I will be the last to step off. And I will leave no one behind. Dead or alive, we will all come home together. So help me God." 

"여러분 모두를 살려서 데려오겠다고 약속할 수는 없습니다.하지만 전능하신 하나님 앞에서 이것만은 맹세합니다. 우리가 전투에 돌입했을 때, 내가 가장 먼저 전장에 발을 내딛을 것이며, 가장 나중에 전장을 떠날 것입니다. 그리고 단 한 명도 뒤에 남겨두지 않겠습니다. 죽었든 살았든, 우리는 모두 함께 집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러니 하나님이여 도우소서"

 

이는 단순한 사기 고양용 연설이 아니라, 한 지휘관이 자신의 생명과 명예를 걸고 어떤 상황에서도 부대를 책임지겠다는 서약입니다. 실제 전투에서 그는 약속대로 가장 먼저 헬리콥터에서 뛰어내렸고, 전투가 끝난 뒤 모든 병력의 철수가 확인될 때까지 가장 마지막까지 현장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의 이 서약은 이후 전쟁 리더십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부대가 착지한 지점은 우연한 교전 지점이 아니라, 북베트남 정규군의 집결지 중심부였습니다. 병력은 수적으로 열세였고, 지형은 철저히 적에게 유리했습니다. 시간이 흐르자 미군은 한 방향이 아니라 사방에서, 언덕과 정글, 수풀 속에서 끊임없이 공격을 받습니다. 전통적인 의미의 전선(front line)은 존재하지 않았고, 어느 방향이든 총탄이 날아오는 360도 전방의 전장이 펼쳐집니다.

방어선이 붕괴되는 절박한 상황에서 무어 중령이 상부에 요청한 신호가 바로 “Broken Arrow”입니다. 이는 아군 전선이 붕괴되고, 부대가 전멸 위기에 있으며, 아군 위치 전체가 적과 교전 중이라는 비상 코드로, 발령과 동시에 가용한 모든 공군 전력이 투입되어, 아군과 불과 수십 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점까지 폭격을 감행하는 것입니다.
즉, 어디도 후방이 없는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이 “Broken Arrow”의 장면은 단지 전쟁의 공포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현대인이 체감하는 삶의 압박을 상징하는 내러티브로 읽힙니다. 유혹, 불안, 경제적 압력, 관계의 갈등, 사회적 혼란은 어느 하나의 방향에서만 오지 않습니다.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밀려오며, “여기가 후방이다”라고 부를 수 있는 지점이 사라진 듯한 포위감의 현실이 입니다. Broken Arrow는 이 시대의 복잡한 삶을 압축하는 강렬한 이미지입니다.

그러나 기독교 신앙은 이 현실 묘사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Broken Arrow"가 상황을 묘사하는 말이라면,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말은 다릅니다. 그것이 바로 “All Front”입니다. 이 말은 단순히 “사방이 전방이다”라는 절망의 선언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모든 삶의 자리가 하나님 나라의 전선이라는 소명 선언입니다.

일터, 가정, 진료실, 연구실, 교회, 사회적 책임의 분야까지—그리스도인의 발이 닿는 곳은 모두 하나님 나라 건설의 전장터 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지휘관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브로큰 애로우를 외치는 전장터입니다. 다시말해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all front의 전선이지만 동시에 이 전쟁은  coram Deo, 곧 하나님 앞의 전투입니다.

바울이 “무엇을 하든지 주께 하듯 하라”(골 3:23)고 했을 때, 그는 종교적 공간만이 아니라 사적·사회적 세계 전체를 하나님의 통치가 펼쳐지는 전장으로 바라보도록 초대합니다.

요한계시록의 관점에서 성도는 용과 짐승, 세속 권세가 만들어내는 Broken Arrow의 세상을 살아갑니다. 경제적 강제, 신앙의 왜곡, 사회적 압박은 특정 영역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기는 자”는 후방에 숨어 있는 자가 아닙니다.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신실함을 지키는 자, 어린양이 이미 승리하신 전장 한가운데에 동참하는 자입니다.

전사(Warrior)이신 예수그리스도는 우리에게 이렇게 약속하십니다. 

"내가 가장 먼저 싸울 것이고, 가장 끝까지 싸울 것이다. 내 뒤로 하나도 남겨두지 않겠다. 그가 살아있던 죽었건 우리는 모두 하나님 나라에 입성할 것이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우리는 할 무어 중령의 서약을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적진에 먼저 들어가고, 마지막에 철수하며, 누구도 뒤에 남기지 않겠다는 그의 약속은 그리스도인이 이 세계를 살아가는 방식을 은유합니다. 성도는 먼저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이며, 공동체를 누구 하나 남기지 않으려는 책임을 지는 자입니다. 이 시대의 Broken Arrow 한복판에서 All Front의 신실함으로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결국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Broken Arrow는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며, All Front는 그 현실 속에서 우리가 서야 할 자리입니다.

어느 곳도 후방이 아니며, 그 자리에서 신실하게 살아가는 일이 곧 어린양을 따르는 성도의 길입다.

.

.

할 무어 중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