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치과의료인 그리고 치과대학 학생들에게 드리는 글
치과의료인으로서 우리가 진료실에서 일평생 하는 일은 disinfection(소독), debridement(상처관리), restoration(수복) 이 세 단어로 요약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중에 restoration은 다른 의학분야와 치과분야를 구분하게 하는 중요한 특징이 됩니다. 붕괴되고 상실된 기능과 형태를 수복시켜 주는 일은 참으로 보람된 일이지요. 건강을 회복 시키고 싶은 갈망은 모든 사람들에게 아주 강렬합니다. 이는 사람이 신체 기능이 상실 되면 무기력해지고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다는 두려움과 좌절감이 깊어지기 때문이고 또한 사람 들의 마음 속에는 영원한 회복을 향한 소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런 붕괴된 구강기능 회복을 위해 충전치료, 근관치료, 보철치료, 임플란트 치료 등 다양한 치료를 개발해왔습니다. 이를 통하여 환자들의 기능이 회복되어 만족스럽게 사용한다는 말을 들을 때 우리에게 큰 위안이고 보람이 됩니다. 실로 구강기능의 회복은 환자들에게 그저 단순히 음식을 저작하는 기능의 회복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고 그 사람의 삶의 모든 영역에 작용하게 됩니다. 어떤 치과의사가 ‘ 틀니’라는 시에 ‘이 틀니로 나는 당신의 삶에 개입한다 ’고 고백했듯이...
그러나 눈을 구강 밖으로 돌려 봅시다.
붕괴된 곳이 어디 치아뿐 일까요? 사람들이 병원에 어떤 증상이나 현상을 가지고 내원하지만 우리는 그 증상 뒤에 숨어있는 본질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사람의 마음 어느 한 구석이 마치 충치처럼 허물어지면 그의 기분이 조증에서 울증으로 널 뛰듯 움직이고, 그로 인해 주위 사람과 관계 또한 그들의 기분에 따라 사랑과 미움으로 반복됩니다.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가 붕괴되어 있으므로 서로의 마음을 주고 받는 통로가 단절되게됩니다. 허물어진 자존감이 회복되기를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에 왕관을 씌우는 crown치료가 필요하며 단절된 이웃과의 관계에 브리지를 해줌으로 서로 존중해주고 도와주는 관계의 회복이 필요하지요.
의학적 지식은 때로 의사와 환자와의 진실된 접촉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이는 우리가 인간으로서 깊은 동등성을 자각할 때 즉, 나도 초라한 피조물임을 느끼고 진정으로 동정하고 함께 괴로워할 때만이 접촉이 가능해진다고 폴 투루니에는 그의 저서 ‘성서와 의학’에 밝히고 있습니다.
지식과 기술을 연마해야 하는 기간 동안에는 앞과 위만 보면서 달려야 하지만 어느 날 나이가 들어 환자들과의 교감을 주고 받는 센서가 녹슬어 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면 참 안타까운 일이지요.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는 앞과 위를 향하지만 동시에 아래와 옆을 보면서 가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으로 환자를 돌보는 의료인의 자세라 여겨집니다. 그러나 이러한 환자에 대한 자세는 하루아침에 얻어진다고 볼 수 없습니다. 이런 자세도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감사와 존중의 훈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먼저 우리는 내 주변에 나를 돕는 분들에게 항상 감사해야 합니다. 그들의 노고 없이는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진료실에서 돕는 사람들, 기계를 고쳐주는 일로 돕는 사람들, 재료를 공급함으로 돕는 사람들, 기공실에서 정성된 기공물 제작을 통하여 돕는 사람들 이 모든 사람들을 우리의 동료로 생각하고 그들의 수고를 인정하며 감사하고 또 그들의 수고로 이루어진 좋은 결과의 기쁨을 함께 나눠야 합니다. 좋은 의료인이 되려면 이분들과 관계가 회복되어야 합니다.
이런 마음이 통하면 진료실은 서로 존경과 사랑의 분위기로 바뀔 것이고 이것이 잔이 넘치듯 환자들에게도 이어지고 환자를 아끼고 존중하는 진료실 분위기로 바뀔 것입니다.
이 회복을 위한 노력은 마치 근육 훈련처럼 처음에는 고통스럽고 지겨운 일처럼 보일 것이나 시간이 지날수록 힘을 얻어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이어져 우리의 모든 태도나 말투가 변하고 자연스럽게 우리의 character도 변하여 환자와 대면하는 시간들이 즐거워 질것입니다. 이러한 작은 노력들이 이어지면 치과의료계는 서로 신뢰를 이루게 될 것이고 나아가 치과의료인과 환자들과의 신뢰도 이루게 되어 나아가 사회전반의 신뢰회복에 기여할 것 입니다.
이렇게 회복된 상태를 헬라 어로 kainos(renew)라고 하지요. 성경은 이러한 완전한 회복을 새 하늘과 새 땅이라고 표현하는데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심으로 완전히 성취되지만 이미 그 일은 시작되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질병도 고통도 눈물도 없는 그날을 소망하는 참된 의사라면 그날이 오기까지 우리 주변부터 회복되기를 위해 힘쓰고 그날을 노래할 일입니다.
'윤리는 삶의 방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치과대학생의 인터뷰에 응하기 (4) | 2020.05.21 |
---|---|
전문인의 품격 (0) | 2020.05.09 |
프로페셔널리즘과 전문인 윤리/대한치과의사협회지 기고 논문 (0) | 2020.05.06 |
좋은 치과 만들기, 왜 그리고 어떻게? (0) | 2020.05.04 |
기독 치과인 선서 전문(한, 영, 중) (0) | 2020.05.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