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어떤 귀인, 귀인이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분을 만났습니다.
목사도 선교사도 아니고 타지에서 그냥 애들하고 땅파고 농사지으며 살고 계신다는 분을 만났습니다.
사모님께서 편찮으셔서 건강 검진차 오셨는데 건강하시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는지라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두 분을 만났습니다.
두어 시간 대화 중에 2/3는 시덥지않은 얘기로 웃고 떠드느라, 먹는 음식이 다 그 자리에서 꺼질 정도 였습니다.
동아시아 역사를 전공하고 세계적인 대학의 100대 논문에 선정될 정도로 뛰어난 논문을 쓰시고 그 대학에 바로 교수가 되셨지만, 장애아를 열 명 이상 입양하고 키우면서 애들을 위해 산수 좋은 시골로 들어가 자원해서 농부가 되셨답니다.
애들은 코가 없어서 이식한 아이도 있고, 대소변이 불가능해서 늘 주머니를 차고 다니는 애들도 있고, 손가락이 두 개 밖에 없는 애도 있다고 하더군요.
근데 더 놀라운 것은
코가 없는 아이에게 코 수술을 해주고 콧구멍이 막히지 않게 튜부를 끼운 상태에서 다른 애들은 왜 우리는 콧구멍에 튜브를 해주지 않냐고 칭얼대서 부부를 포함한 모든 애들이 한동안 연필이나 꽃잎을 말아서 튜브처럼 하고 다녔다고 합니다.^^
손가락 두 개로 쓰고 그리고 먹는 것도 능숙하게 잘 하는 아이를 보고 다른 아이는 왜 나는 불필요하게 손가락이 많은가라고 떼를 쓸정도로 오히려 장애가 있는 애들이 전혀 주눅들지 않게 자라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얘기를 전혀 심각하지 않게 즐겁게 나눴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요.
만약 아이들끼리 타인의 신체를 비하하며 다투는 경우는 최대의 징벌을 내리는데 머리를 땅에 세 번 조아리고 상대방이 용서할 때까지 빌어야 한다더군요.
이야기만 들어도 마치 천국이 그곳에 임한 것 같았습니다.
과장 왜곡 강조, 이런 거 전혀 없이 목소리에 힘을 완전히 빼고도 가볍지 않은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한 가지 팁으로 흘려들은 그분의 경건의 훈련은
혼자 한적한 산길을 산책하면서 찬송을 한다고 합디다.
그러다 보니 4절까지 가사를 모조리 외우게 되었다고 하네요.
뭐 이런 얘기조차도 그냥 흘러가는 얘기하듯 나누었습니다.
귀인을 만난 기쁨이 파문으로 남습니다.
.
.
.
'일상과 신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경해석의 중요성 (0) | 2020.05.13 |
---|---|
미국 조크 (0) | 2020.05.09 |
오지랍과 관심 사이에서 (0) | 2020.05.09 |
진료실 이야기/ 당신의 삶에 개입합니다. (0) | 2020.05.09 |
진료실 이야기/ 의료윤리가 별건가요? (0) | 2020.05.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