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전문인 직무 수행 가치라는게 있다.
요즘 번역 작업하는 책의 내용이다.
전문인 직무 수행 가치에는 우선 순위가 있는데 첫째가 환자의 전신 건강이고 둘째는 구강 건강 셋째가 환자의 자율성이다. 물론 그 뒤로도 세 개의 순위가 이어지지만 말이다.
전문인으로서 환자의 자율성과 환자의 건강이라는 요소가 부딪힐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환자에게 환자 자신을 위해서는 이러 저러한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설명하고 설득해서 좋은 결과를 이뤄내기까지 치과의사에게는 세 가지의 역량이 필요하다.
연마하는 순서대로 기술 역량, 윤리 역량, 관계 역량이 그것이다. 그러나 환자와 좋은 설명과 설득에는 그 역순으로 작동한다.
먼저는 관계 역량이고, 그 다음이 나의 유익이 아니라 환자의 유익을 위함을 보여주는 윤리 역량이고, 마지막으로 실행으로 들어갈 때 비로소 기술 역량이 작동한다.
기술 역량은 학교에서 배우지만 윤리 역량과 관계 역량은 자신이 스스로 연마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멘토를 만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적어도 한 두시간의 분량이니 이 정도에서 접고 얼마전 이런 내용을 믿음의 형제에게 적용한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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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부분은 자세히 말할 수 없고 오래동안 직장을 잃고 있다가 최근에 새 직장으로 출근하게 된 가정이 있다.
어느날 새벽에 그 친구가 생각나 잠을 설치고 일어났다.
기도인지 생각인지 한 시간 정도 그를 맘에 품었다.
부부에게 연락해서 저녁에 좀 만나자고 했다. 뭔가 좀 이야기를 나눠주고 싶은 소망 또는 오지랍이 작동하는데 누를 수가 없었다.
아내는 나더러 당신이 무슨 은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안수 받은 목사도 아닌데 뭐하자고 사람을 오라가라 하느냐고 불안해 했다.
막상 만나자 해놓고 나도 좀 불안해졌다.
오후에 시간을 내서 그 부부에게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메모해 보았다. 적어도 사람을 불러 놓고 횡설수설 하지는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과를 앞에 놓고 이러 저러한 얘기를 나누면서 메모한 내용을 풀어냈다.
아내 눈치를 보니 불안이 좀 누그러드는 것 같고 실타래가 잘 풀려가는 듯 했다.
5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고 10분 가량 기도해 드렸다. 부부는 진심으로 고마워했고 나도 등짐을 내려놓는 기분이었다. 메모한 내용을 가져도 되겠냐고 해서 기꺼이 그러시라고 했다.
안수 받은 목사가 아닌 안수집사의 인가된 기술 역량의 범위가 어디까지 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부부와 그간 쌓아놓은 관계 역량과
그 사람을 위한다는 진심의 윤리 역량으로 무모한 나눔을 감행했다.
이런 무모한 담대함이 나 스스로도 낯설지만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었다.
평탄하지 많은 새 직장에서 부디 잘 적응하고
믿는 자의 진가가 잘 드러나길 축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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