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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만나는 하나님

신뢰와 사랑의 호르몬 (2012-07-04)

by kainos 2023. 2. 3.

클레어먼트 대학 신경경제학센터(Center for Neuroeconomics Studies)책임자인 폴 잭(Paul Zak)은 무엇이 사람을 도덕적이며 관대하게 만드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는 수학과 경제학을 전공하고 경제학 박사를 취득한 뒤 두뇌활동을 연구하며 사람의 도덕성이 어떻게 상황에 대한 이기적 인식을 변화시키는지에 주목한다. 그의 연구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이익에 우선적으로 반응한다는 통념에 도전하며 사람간의 신뢰를 구축하는데 있어서 옥시토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낸다. 그의 연구는 경제학 역사상 가장 시사점이 큰 연구로 주목 받게 된다.


  옥시토신은 포유류의 두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 호르몬으로 출산 시 자궁수축과 모유수유에 관여한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의하면 옥시토신의 역할은 광범위하여 성적 쾌감, 짝짓기, 사회적 인식, 모성적 행동 등에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때로 이것은 사랑 호르몬(love hormone)으로 불리며 결핍되면 공감(empathy)능력이 부족해지며 사회부적응, 사이코패스(psychopath) 등의 원인이 된다고 한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옥시토신은 평상시에 거의 분비되지 않고 상온에서 30분이면 사라지지만 특이하게도 사람이 다른 사람의 신뢰를 받으면 옥시토신의 혈중 농도가 높아지고 이 영향으로 다른 사람에게 관대해짐을 발견해낸다. 또한 옥시토신을 흡입시킨 그룹이 위약을 흡입한 대조군에 비해 관대해짐도 발견해낸다. 이를 통해 옥시토신은 다른 사람을 신뢰하게 하는 신뢰분자(trust molecule)임을 알게 된다. 또한 옥시토신을 흡입한 그룹에서는 공감능력(empathy)이 증가하며 다른 사람을 돕는 일에 지갑을 열게 하는 것과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를 통하여 타인의 아픔에 함께 아파하고 즐거움에 함께 기뻐하는 도덕성의 기초가 되는 화학 물질임을 알게 된다. 그는 그래서 옥시토신을 도덕분자(molecule of morality)라고도 부른다. 그러나 부적절한 양육을 받았거나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은 신뢰를 받아도 옥시토신을 분비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 재미있는 사실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옥시토신의 분비를 억제하는데 이는 사람을 이기적으로 만들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이기심을 정죄하며 적극적으로 처벌 하려고 든다는 점이 흥미롭다. 남자는 여자보다 10배의 테스토스테론을 분비하며 다른 사람에게 차갑게 반응한다.

 


 


 


  그는 마사지, 댄싱, SNS, 함께 식사하기, 합창 부르기, 애완 동물 기르기, 자신에게 잘못한 사람을 용서하기 등과 같이 다른 사람과 교감을 갖는 것과 그리고 긍휼한 마음으로 기도하기 등이 사람에게 옥시토신 분비를 촉진시킨다는 점을 알아냈다. 이렇듯 옥시토신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고 사람들이 느끼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그는 사람들의 뇌가 옥시토신을 잘 방출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며 특히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으로 껴안아 주기(hug)를 추천한다. 그는 하루 여덟 번의 허그로 보다 많은 옥시토신이 방출되고 더욱 행복해질 것이라고 하며 이는 행복은 보다 나은 인간관계를 통해서 얻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난 4월 치의학강의 차 모로코에 다녀왔다. 강의를 마치고 수련의들과 자유토론 시간이 주어졌는데 그들은 나에게 개업에 관해 궁금한 것들을 물어왔다. 여러 질문 가운데 그 중에 가장 많이 대화가 오간 것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개업을 하는 지와 어떻게 동업하게 되었고 동업이 어떻게 유지되는 지를 꼼꼼하게 물어왔다. 그도 그럴 것이 법이 바뀌어 올해 안에 개업을 하면 원하는 지역에 병원을 열 수 있지만 내년부터는 국가에서 지정해준 도시에서만 병원을 열수 있다는 것이다. 공부를 계속하면 좋지만 나중에 원치 않는 지역에 개원하게 될 것이고 지금 원하는 지역에 개원하자니 아직 여러모로 준비가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상호 약점을 보완해 줄 파트너와 함께 개원한다면 좋을 것 같은데 문제는 이 관계가 지속될 까 하는 고민들이 있었다.


  나는 개업의로서 또 기독교인으로 진료 현장에서 어떻게 신앙과 일치된 삶을 살 수 있는지 고민하던 중 같은 고민을 함께 하고 계신 분을 만나게 되어 반가운 마음에 공동개원을 하게 되었다고 말해주었다. 그들은 일과 수입 배분은 어떻게 하는 지, 거기에 서로 갈등이 없는지를 다시 물었다. 나는 그들에게 동업은 결혼과 같다고 생각하며 파트너도 결혼 상대를 선택하는 것과 비슷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일과 수입 배분에서 상황에 따라 좀더 일하거나 적게 일할 수 있는데, 누가 부부간에 한쪽이 일을 많이 했다고 더 많이 먹겠다고 한다면 그것을 좋은 관계라고 하겠느냐고 반문하자 그게 가능하냐고 반신반의하면서 상당히 놀라는 모습들이었다. 그래서 결혼에서와 같이 동업도 동일한 신앙과 비전의 토대 위에서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주었다.


  그러나 가끔 사역을 앞세워 공동개원을 원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사역자나 선교사 지망생들이 결혼 상대자로 인생을 함께할 짝을 찾기 보다는 사모감이나 동역자를 구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사역이 끝나면 그 관계를 청산할 것인가? 그것은 계약관계이지 진정한 결혼이라고 말하기 곤란할 것이다.  


  일터를 사역지처럼 여기고 싶다면 먼저 서로를 신뢰하고 사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때로는 폴 잭의 연구와 다르게 신뢰와 사랑의 가치가 훼손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반응 할 수 밖에 없는 우리의 죄 된 본성을 바로 보며 주의 은혜를 구한다면 조금씩 관계가 회복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엔 쑥스럽지만 마음을 담아 신뢰의 몸짓을 우리 주변의 사람들에게 보내보자. 아주 작은 몸짓 하나가 불신의 굳은 땅을 뚫고 신뢰라는 새싹을 피우게 해주어 사랑과 존경의 따스함이 우리들 안에서 피어날 것이다. 왜냐하면 대개의 경우 감정(emotion)이 행동(motion)을 유발하지만 때론 역으로 행동(motion)이 감정(emotion)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참고자료
www.moralmolecule.com
http://www.ted.com/talks/lang/en/paul_zak_trust_morality_and_oxytoci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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