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첫 장면
40 후반의 여성이 오랜만에 찾아 왔습니다. 기록을 보니 17년 전에 신경치료를 받았더군요.
방사선 사진을 보니 폐쇄된 신경을 찾느라 무지 고생했던 흔적이 보이네요.
그 치아는 잘 쓰고 있지만, 반대편 이가 잠 못 잘 정도로 아프다고 해서 같은 방식의 치료를 진행했습니다.
통증으로 울상이 되어 왔다가 한결 나아진 얼굴로 밝아졌습니다.
그러자 그분이 제게 말을 겁니다.
"원장님 아주 오래전에 제가 원장님께 치료 받을 때 (아마 30대 초반 이었을 듯) 제가 난임 때문에 여러 시술을 받고 심신이 지친 상태라 하소연을 한 적이 있는데요. 기억하세요?"
"그랬나요?"
"원장님이 저에게 성경에 빌립보서라는 책이 있는데 이런 구절이 있다고 꼭 읽어보시고 기억하라고 하셨어요."
"제가요?"
"그때부터 원장님이 알려주신 빌립보서 4장 4절에서 7절을 찾아서 기억하고 있었어요.
(주 안에서 항상 기뻐하라 내가 다시 말하노니 기뻐하라. 너희 관용을 모든 사람에게 알게 하라 주께서 가까우시니라.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
저는 그때 기독교 신자도 아니고 성경도 모르던 사람인데 원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셔서 참 인상적이었어요"
"허참, 제가 왜 그랬을까요?"
"근데 제가 최근에 성당에서 영세를 받았는데요, 신부님이 빌립보서 4장 4-7잘 말씀을 기억하라고 주셨어요.
그러자 옛날 일이 떠올라 소름이 쫙 올라왔어요"
II. 둘째 장면
그 환자가 다시 왔습니다. 아팠던 치아는 통증이 가라앉고 밝은 얼굴로 오셨습니다.
그 분과 나눴던 대화를 조금 소개 합니다.
"지난 번 치료 받으러 오셨을 때 너무 아파하셔서 자초지종을 잘 여쭙지 못했어요. 17년 전에 저희가 어떤 대화를 나눴나요?"
"원장님 그때 제가 임신이 되지 않아 시험관 아기를 가졌는데도, 무려 세 번이나 유산을 했어요. 그 무렵에 이가 아파서 왔었구요."
"제가 낙심이 커서 울면서 원장님께 하소연을 했었죠. 원장님이 난감해 하시면서 성경 빌립보서 말씀을 알려주시면서 위로해 주셨구요."
"생각해보니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자괴감과 무엇이라도 가장 좋은 위로를 드리고 싶다는 마음에 그 말씀을 드렸나봐요."
"저도 좀 신기해서요. 교회 다니는 친구에게 그 말씀을 찾아 달라고 해서 그 뒤로 계속 기억하고 있었어요."
"여쭙기 죄송한데요. 우리 직원들이 몹시 궁금해 하네요, 아기는 생겼나요?"
"흠... 아뇨, 세 번 유산 끝에 인간의 노력으로 되지 않는 것이 있구나 생각하고 내려 놓았어요."
"근데요 원장님~ 저는 그때 주신 말씀 붙잡고 지금까지 거의 20년을 살아왔어요.
그리고 제가 변해가는 과정을 보더니, 그렇게 냉소적이던 남편도 얼마 전에 세례를 받았어요. 남편은 원래 불자인 절 오빠에요."
"우와, 정말 잘되었네요. 저도 절 출신이거든요. 하하하 "
"어머?"
"아이가 생겼으면 좋았겠지만요, 부모가 아기를 사랑하는 걸 통해서 하나님 사랑을 조금 알게 되는 면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대신에 다른 사람을 더 많이, 더 폭넓게 사랑할 수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말씀드리고 싶네요."
"맞아요. 원장님. 저도 같은 생각이라 성당에서 봉사활동 많이 하고 있어요."
"저를 지금까지 지탱해준 빌립보서 말씀을 주신 원장님께 깊이 감사드려요. 제가 집에서 두 시간 걸리는 먼 거리도 마다 않고 오는 것도 이 때문이죠"
"아이구, 이런 말씀을 듣게 되리라 생각도 못했는데 제가 참 보람을 느낍니다. 저도 깊이 감사드려요."
옆에서 듣고 있던 우리 스텝샘 눈이 붉어지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III. 셋째 장면
최근에 어떤 존경 받던 목사님께서 자신이 개척했던 교회의 원로목사로 계시면서
그 교회 부목사인 자기 아들과 교회를 개척하겠다고 교회에 "자기 지분"인 40억을 요청하는 난감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 일로 여러 목사님들과 교계가 한편으론 낙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분을 성토했습니다.
저또한 성도들을 낙심케 한, 지분 사건으로 몹시 실망과 분노가 교차하던 차에
특새 마지막날 기도하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기도 중에 하나님께 따지듯이 하소연 했습니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속상합니다. 어떻게 지분 타령을 할 수 있나요.
그렇다면 저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지분은 무엇인가요?" 여쭈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런 생각을 주셨는데 대화체로 적어보면 이렇습니다.
"네가 정성껏 준비한 강의를 통하여 사람들이 힘을 얻는 것,
진료 중에 최선을 다해 사람을 돌보고 그들에게 용기를 주는 것,
이런 것을 통해 나의 영광이 드러남을 보라.
사람들이 '주의 영광(Glory of Lord)'을 몰라서 무너진다.
너는 나의 영광에 참여하면서 그 기쁨을 맛보지 않았느냐.
그것이 네가 길이 간직할 지분이다."
저는 머리를 조아려 회개하며 감사기도했습니다.
"아멘 주여. 주의 영광이 온 세상에 드러나는 날이 속히 오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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