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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삶책(책과 문화)

아직도 가야할 길/ 스캇 팩

by kainos 2020. 5. 2.

아직도 가야할 길(마인드맵).pdf
1.93MB

 30년 전 치과의원을 개원하고 환자들을 접하면서 부딪힌 문제는 치료의 술식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사람들의 심성에 대한 이해가 너무도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 뒤로 인간 이해에 관한 책들을 사서 읽었습니다. 그 무렵 만난 책들이 폴 투루니에, 게리 콜린스, 마틴 로이드 존스, CS 루이스 그리고 스캇 팩이었구

다른 여느 저자들과 달리 스캇 팩은 이 책을 저술할 당시 그리스도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접근 방식이 전혀 달랐습니다.
다른 저자들은 기독교 세계관이라는 안경을 착용하고 현상과 문제를 해석하려 했다면 스캇 팩은 인생의 모든 문제는 고통이라는 현상에서 출발해서 그 해결책이 무엇인지를 탐구해가는 접근이었죠. 전자를 하늘로부터의 신학(Theology from Above), 후자를 땅으로부터의 신학(Theology from Below)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겁니다.

스캇 팩은 정신과 의사로 일하면서 환자들이 고통을 잘 극복해가는 사람과 전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있는데 그 차이는 어디서 오는 지 궁금했습니다. 그는 숨어있는 네 종류의 요인이 있음을 발견합니다. 그것은 훈련, 사랑, 성장과 종교, 그리고 은총이라고 그는 정리합니다.

첫째로 고통을 이겨내려면 괴로움을 피하지 않고 건설적으로 직면하는 기술 체계인 훈련도 필요하고, 둘째로 그 훈련을 추진하게 하는 힘인 사랑도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사랑은 자신과 타인을 전신적 성장을 도와줄 목적으로 자신을 확대시키려는 의지라고 정의합니다. 셋째로 일상을 기적으로 보는 눈인 종교도 필요하다 말합니다.
그러나 이 세가지가 잘 갖춰져 있더라도 네번째 요인 없이는 불가능하며, 이 모든 것 위에 인간의 의식 밖에 존재하며 인간의 성장을 돕는 강력한 힘이 필요한데 그것을 은총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신은 인간의 의식이 계속 진화하여 신의 경지에 이르기를 바란다는 것이죠. 이 주장은 요한계시록을 공부한 저에게는 하나님께서 인간의 최종 목표인 '하나님은 우리의 하나님이 되고 우리는 그의 백성이 되는' 창세 이후의 모든 언약의 성취라는 면에서 깊이 수긍이 갑니다. 성육신은 하나님이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피조물인 인간이 되셨다면, 새 창조는 인간이 하나님과 동거하는 레벨로 우리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그 은총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은 성장하려는 의지가 없고 오히려 성장을 두려워하는데 그런 사람들이 정신질환에 쉽게 노출된다는 거죠.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은총은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우리가 선택받는 역설적인 것이고, 은총은 실재하며 인류는 진화라는 도약대 앞에 서 있기에 이 실재하는 은총을 기꺼이 맞이 하라고 말합니다. 그는 하나님이 실재하며 하나님의 의지가 이 인간의 영혼 성장을 도우니 기꺼이 영접하라는 초대로 글을 맺습니다.

그의 주장은 전문가로서의 치열함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전문적 지식이나 경험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그 너머의 지식에 겸손하며 정직하다는 겁니다. 이 책을 쓴 이후에 기독교인이 되었다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이 초판 당시 엄청난 비판과 무관심 속에 좌절했다고 출판 25주년 기념 서문에 밝힙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통해 의료인으로 환자들을 대하는 자세를 새롭게 하게 되었습니다. 치과환자들은 비록 정신과 환자는 아니지만 우울증이나 노이로제의 경계에 있는 분들이 간혹 있어서 이 책은 그들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과 성장을 돕고자 하는 동기를 일깨워 줬습니다.

그리고

한 가장으로 삼십여 년 식솔들을 돌보는 가운데 이 책은 무엇이 사랑인지에 대한 인식을 부지중에 바꿔줬습니다. 자녀와 아내의 성장을 돕도록 자극하고 격려하는 것이 가끔은 애착관계를 자제해야 하는 안타까움도 있었지만, 비교적 그들의 성장을 돕기 위해 나와 자신을 확대하려는 삶을 살려고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안타까움과 부족한 점이 늘 아쉬움으로 남지만요.

바라기는 저의 자녀들도 타인의 성숙과 성장을 위해 살아가는 정직한 전문인, 진지한 인간으로 살아가되 위로부터 공급하는 하늘의 은혜를 늘 추구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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